라엘이 만난 두번째 주인공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당신의 포르투갈은 어떤가요>의 작가이기도 한 영민(@yyyoung_min)님 입니다. 

여행부터 책, SNS까지 무엇이든 조금만 더 예민하게 들여다 보면 멋진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영민님과 나눈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라엘: 안녕하세요 영민님! 라엘 고객님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 소개부탁드려요.

영민: 안녕하세요. 저는 일러스트레이터 영민이라고 합니다. 여행과 자연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책과 물건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에 다녀와 <당신의 포르투갈은 어떤가요>를 출판했고, <스몰컬렉팅북>, <사탕책>, <쇼트브레드 다이어리> 등의 독립출판물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형식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에 관심이 있어요. 

라엘: 영민님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일러스트레이터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영민: 가장 단순하게 말하면 그림이 필요한 곳에 그림을 그려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일러스트레이터는 디자인과 순수 예술의 경계에서 그림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림이 필요한 곳은 정말 광범위하기 때문에 책이나 잡지나 영상에 들어갈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패키지나 간판에 필요한 일러스트를 제작하는 등의 브랜딩 작업을 하기도 하구요. 예상치 못한 곳에 그림을 그리게 되는 일도 있는데, 어렵기도 재미있기도 해요. 의뢰받은 일 이외에도 꾸준히 개인 작업으로 출판, 전시 등을 하고 있어요.

라엘: 영민님의 하루 일상이 궁금해요.

영민: 저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라서 의뢰받은 작업이 있을 때는 작업이 잘 안풀릴 때까지는 늘 작업 + 휴식의 반복이에요.

의뢰받은 일이 없을 때는 개인 작업을 하거나 다음 작업을 구상하고요. 커피를 내려 마시고 집 앞 공원 산책도 하면서 점심과 저녁을 어떻게 맛있게 먹을지도 고민해요.

라엘: 많은 분들이 <당신의 포르투갈은 어떤가요>이라는 책을 애정하세요. 책을 쓰게 된 스토리에 대해 조금 더 말씀해주시겠어요?

영민: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인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에 나오는 구절이 하나 있어요.

“러스킨은 아름다움을 제대로 소유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며, 그것은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스스로 아름다움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시각적이고 심리적인 요인)을 의식하는 것이다. 이런 의식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이 그런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계없이, 그것에 대하여 쓰거나 그것을 그림으로써 예술을 통하여 아름다운 장소들을 묘사하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특별한 시간과 아름다운 것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원하는대로 편집하고 표현하는 일, 손에 잡히는 물리적인 무언가로 바꿔내는 작업을 함으로써 완전히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저에게는 책을 만드는 일이에요.

라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영민: 외부에서 인정을 받을 때도 행복하지만, 스스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가 역시 가장 행복해요. 집중해서 작업을 한 후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멋진 무언가를 만들어냈을 때요. 

라엘: 일하면서 힘든 순간은 어떨 때인가요?

영민: 슬럼프가 왔을 때요. 계속 정체되어 있는 것 같고 답답하고,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시기가 몇 년에 한 번씩은 찾아오는 것 같아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재미없던 시간들도 있었는데 심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지나고 보니 그 시기를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넘기면서 다시 그림이 좋아졌던 것 같아요.

라엘: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그런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는 일 또한 중요할 것 같아요. 이런 영감을 위해서 주로 하는 일이나 루틴 등이 있을까요?

영민: 저는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원데이 클래스도 그렇고 직접적으로 그림과 관련이 없는 것이라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게 많이 도움이 돼요. 여행, 책 읽기, 전시, SNS 등 무엇이든 조금 예민하게 들여다 보면 영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아무런 자극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또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오를 수 있거든요. 뭐든 조금씩 더 적극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요.

라엘: 많은 일들이 그렇듯, 그림을 그리는 일 또한 PMS 나 호르몬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텐데요. 스스로의 일상 리듬을 조절하는 팁이 있나요?

영민: 평소보다 식욕이 더 돋는다던가, 예민해지고 컨디션이 안좋아지는 등의 변화가 있는데요. 그냥 ‘생리 할 시기가 와서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고 해요.

프리랜서라 스케쥴 조절을 스스로 할 수 있기때문에 컨디션이 많이 좋지 않을 때는 휴식을 취하는 편이지만, 너무 컨디션에 신경을 쓰다보면 도리어 일을 미루기 위한 변명이 되기 쉽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매달 찾아오는 건데 매번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서요. 최대한 아무 생각없이 원래 하던 것들을 하며 지내요.

라엘: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건 단순히 기분뿐만이 아니라 피부도 마찬가지죠. 영민님의 스킨 케어 루틴이 궁금해요. 

영민: 저는 4계절 내내 썬크림을 열심히 바르고 외출 시 모자를 쓰는 등 자외선 차단에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피부 관리가 조금 더 필요할 때는 물을 많이 마시고 밀가루를 최대한 줄이고요. 저녁에는 꼼꼼히 클렌징을 해주고, 스킨-에센스-크림 이렇게 간단하게 스킨케어를 해요. 많은 제품을 바르는 것보다 나에게 잘 맞는 몇 가지 제품을 쓰는게 좋더라구요.

나이가 들면서 먹는 것이나 바르는 것의 성분, 만들어지는 환경에 대해서도 예전보다는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동물성 원료나 동물 실험이 없는 제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고 선택권이 늘어나는 것이 매우 반가운 일이에요.

라엘: 그렇다면 영민님이 환경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작은 팁이 있을까요?

영민: 카페인 없이 작업을 못하는 스타일이라 커피를 많이 마시는 편인데요, 생각해보면 그동안 가장 많이 배출해온 쓰레기가 테이크아웃 컵과 플라스틱 빨대가 아닐까 싶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카페에서 커피를 사와서 마시기보다는 집에서 직접 내려 마시는 걸 좋아해요. 환경 보호도 하고 돈도 아끼고요!

라엘: 소소한 일상 속에서 영민님은 무엇을 좋아하시나요?

영민: 서점 구경, 잡지와 소설 읽기 등을 좋아하고 최근에는 이사를 하면서 인테리어에 아주 관심이 많아졌어요. SNS로 다른 사람들의 집을 구경하거나 새로운 공간의 인테리어를 보는 것을 좋아해요. 이렇게 저렇게 방이나 거실의 인테리어를 바꿔보는 것이 요즘 취미에요.

라엘: 요즘 예전처럼 자유롭게 해외로 떠나지 못해서 아쉬운 분들이 정말 많죠. 영민님의 책을 보면 더 여행이 그리워지고요. 영민님이 가고 싶은 다음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영민: 저도 여행을 통해 작업에 필요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라 굉장히 아쉽고 답답하기도 해요.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여행지에서 사소한 것들도 예민하게 보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인데, 국내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의 다음 여행지는 제주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코로나가 진정이 되고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갈 수 있다면 아이슬란드에 꼭 가보고 싶어요.

라엘: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영민: 계속 스스로 만족할 만한 작업을 하면서 그림으로 먹고 사는 것. 그게 제 꿈이에요! (2020.8.7.)